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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이번역은] 연천 신탄리역 | 종점을 역설하다

슈뢰딩거의 구름 2020. 3. 2. 00:34

다녀온 날 2017.05.03

 

 경원선 신탄리역  |  역명코드 0415  |  경기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대광리) 소재 
 1942년 12월 01일 개업  | 1승강장(2타는곳, ||ㅁ|) |  출구 1개소 

 

종점은 기차, 버스, 전차 따위를 운행하는 일정한 구간의 맨 끝이 되는 지점을 이르는 말입니다. 수많은 기차, 버스 노선만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종점들이 있습니다.

 

한번 종점을 두 종류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중심지에 있는 종점과, 한적한 도시 변두리에 있는 종점으로요. 보통 후자의 경우 전자와 달리 주변도 한적하고 중요성도 떨어져서 관심이 적은 지역입니다. 과연 그런 것일까요?

 

 

 

 

S#.1 이번역은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한 신탄리, 신탄리 역입니다.

 

백마고지역에서 통근열차를 타고 바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신탄리역에 도착했습니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열창에서 내리고 탑니다.

통근열차에서 내려서 타고 온 열차 사진을 찍고 보니 마침 바로 뒤에서, 오전에 초성리역에서 봤던 그 평화생명관광열차(DMZ-train)이 출발하고 있는게 아닙니까?

 

신탄리역에 있던 DMZ-train

 

이 열차는 오전에 서울역->백마고지역, 오후에 백마고지역->서울역 구간을 운행하는데 중간에 시간 텀기 길어요. 백마고지역이 선로 하나 승강장 하나인 관계로 이 열차가 서 있으면 다른 열차가 백마고지역으로 올 수 없기 때문에 신탄리역에 있다가 가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추측해봅니다).

 

하여튼 개인적으로 이 열차들이 몇 년 못가 없어질것 같기에 많이 찍어두려고 했는데... 아쉽군요.

 

마침 백마고지역 승강장 북쪽 끝에머리에서 열차를 탔더니 신탄리역 승강장 북쪽 끝에머리에 내려준 바람에 승강장 끝까지 와봤습니다. 승강장과 건널목이 아주 가까히 있는 상황인데, 여기는 전곡역처럼 출입 금지용 화단을 크게 만들어 두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사진찍을때는 몰랐는데 신탄리역에 아직 구 철도종단점 표지판이 남아있었더라고요.  자료조사를 하며 한탄한 뒤, 글을 쓰려고 사진들을 구경하는데 위 사진에 깨알같이 남아있더군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하군요

 

 

신탄리역 승강장에도 여김없이 비를 피할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다른데는 20세기에서 온 것 같은 초록색 지붕인데, 여기는 뭔 21세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뭐 간이역스럽지는 않지만 타는 사람은 좋죠. 게다가 벽까지 있으니 바람까지 차단할수 있습니다.

 

신탄리역 역명판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어요. 행정구역상 신탄리역은 사실 신탄리가 아니라 대광리에 있습니다. 게다가 다음역인 대광리역은 대광리가 아니라 도신리에 있고요. 이게 뭐 하는 거 싶냐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고요. 사실 신탄리역 이름은 정확한데, 신탄리역이 있는 지역이 대광리 중에서도 대광2리인데, 이곳의 별칭이 신탄리입니다. 상당히 꼬여있습니다.

 

 

아, 그리고 그 외 신탄리역 승강장은 아주 평범합니다. 특징으로 화물용 승강장이 있군요.

 

 

S#.2 이번역은 남북분단 이후 종점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선로에서 바라본 신탄리역 역사입니다. 시골 간이역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요. 단순한 시골의 역으로 경원선이 생기면서 마을 중심지의 역할을 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아닙니다.

이 철길 구간은 1912에 개통했지만, 신탄리역은 진주만 폭격이 일어난 바로 그해, 신호장으로 시작한 역입니다. 주변 역들에 비해 30년정도 시작이 늦어요. 그리고 분단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 일대 철길은 쑥대밭이 됩니다.

 

 

어두컴컴한 신탄리역 대합실

 

이 때의 흔적으로 이 역 근처에 얼음 역고드름을 볼 수 있는'역고드름 터널'이 있습니다. 당시 폐선된 경원선 터널을 연천군에서 관광지화 시킨 건데, 이 역이 가까운 역이지만 연계 시내버스도 전혀 없고, 도보 3km나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승객이 다니니 시작한 것은1953년 종전 후인 1955년이었습니다. 당시 기사(「新炭里(신탄리)」까지 運行(운행) 京元線旅客(경원선여객)에 朗報(낭보)경향신문 | 1955.08.07 기사(뉴스))로 추측컨데 주로 군인 수송을 주 목적으로 민간인수송까지 취급하는 역이었던 것 같아요.

따라서 경원선에 새로 생긴 이 작은 간이역은, 분단의 아품 덕에 남측 경원선의 종점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탄리역 역사 내부

경원선의 종점으로 신탄리역은 성장했습니다. 신서면의 중심지이자, 1912년 경원선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대광리역에 없는 역무원이 이곳에는 있습니다. 또 마침 수도권을 가로지는 노선, 경원선의 종점인지라 많은 관광객들이 이 역을 방문했습니다. 단순히  이 역까지 오기 위해서도, 또는 고대산 등산을 하기 위해서 이 역을 방문한 것 같아요.

 

 

역명 동두천 → 신탄리 신탄리 → 동두천 1일 이용객수
승차 하차 승하차 승차 하차 승하차
동두천 1044.3 2.9 1047.2 3 1511.6 1514.6 2561.8
소요산 149.3 1.2 150.4 1.1 17.2 18.4 168.8
초성리 9.5 0.5 10 0.3 1.3 1.6 11.6
한탄강 8.7 1.8 10.5 1.9 1.6 3.5 14
전곡 128.2 27.5 155.7 175.2 28.4 203.6 359.3
연천 35.5 64.3 99.8 247.9 2.2 250.1 349.9
신망리 1 40.2 41.2 28.1 0.3 28.4 69.6
대광리 1.8 71.5 73.3 261.2 0.9 262 335.3
신탄리   1184.7 1184.7 861   861 2045.7
               

(※ 당시 동두천역의 명칭은 동안역이었으나, 이해를 위해 수정)

 

2010 철도통계연보를 보시죠. (경원선 동두천역-신탄리역 구간이며 보기 좋게 가공)

동두천 발 신탄리행 열차의 경우, 열차에 오른 사람은 하루에 1378.3명인데, 그 중 , 통근열차 기점인 동두천역에서 탄 사람은 1044.3명으로 탑승객의 75.8%가 이 역에서 타고요, 하루에 신탄리역에 내린 사람의 수는 1184.7명으로 탑승객85.9%의 목적지가 신탄리역입니다.

즉, 여 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두천역에서 통근열차를 탄 관광객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역 앞뒤로 통나무로 만든 쉼터라던지 옛날 농기구 전시장 등 역 자체의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당시 종점이던 시절, 철도 종단점도 이 역 근처에 있었고, (도보 500m거리) 오른쪽 사진에 약수터(?)가 있는 자리에는 '통일출발역'이라는 다소 희망찬 안내표지판도 있었다고 해요.

 

S#.3 경원역 백마고지 연장 개통 이후 이 역은 한산해졌습니다.

 

이 역을 오는 사람들이 관광객. 게다가 2007년 이전에는 한국 최북단 기차역이었으며, 제진역 개통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최북단역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만큼, 백마고지역으로 연장되자마자 이 역은 갑작스럽게 한산해집니다. 다음 통계자료를 보시죠.

 

역명 동두천 → 신탄리 신탄리 → 동두천 1일 이용객수
승차 하차 승하차 승차 하차 승하차
  동두천   526.3   526.3   650.3 650.3 1176.6
  소요산   24.7 0.1 24.8 0.1 10.1 10.3 35.1
  초성리   2.7 0 2.7 0 0.4 0.4 3.1
  한탄강   1 0.5 1.5 0.4 0.6 1 2.5
  전곡   58.8 2.4 61.2 64.2 8.8 73 134.2
  연천   11 30.7 41.6 116.8 2.3 119 160.6
  신망리   0.2 6.2 6.3 2.3 0.1 2.4 8.7
  대광리   0.3 12.8 13 5 0.3 5.3 18.3
  신탄리   1.9 16.1 18 111 0.1 111.1 129.1
  백마고지     558 558 373   373 931
               

제가 방문했던 2017년 기준 통계자료인데요. 일단 전반적인 승객 감소가 눈에 띄지요. 게다가  신탄리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2046명에서 129명으로 반의 반의 반의 반배가 되었습니다. 93.6%가 감소했어요.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구해봐요. 동두천 발 신탄리행 열차의 경우, 열차에 오른 사람은 하루에 626.7명인데, 그 중 , 통근열차 기점인 동두천역에서 탄 사람은 526.3명으로 탑승객의 84.0%, 하루에 신탄리역에 내린 사람의 수는 16.1명으로 탑승객의 2.6%만이 신탄리역에 오려는 사람입니다.

즉, 여 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두천역에서 통근열차를 탄 관광객들이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이 노선의 종점을 향해 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어때요? 좀 놀랍지 않습니까?

 

 

신탄리역 일평균 이용객수

(※ 표에 표시된 값은 한국철도연보 기준으로, 당해년도 총 이용객수 / 당해년도 총 영업일수를 하여 반올림한 값임)

 

이번에는 신탄리역 일 평균 이용객수 그래프를 분석해 보도록 합시다.

백마고지까지 개통한 것이 2012년 11월인데, 마침 2012년부터 이용객수가 반토막납니다. 당시에는 백마고지행 열차와 신탄리행 열차가 1:1에 가까운 비율로 운행했기에 그래도 1000명 정도의 이용객수가 보였으나, 2014년 4월자로 통근열차 운행횟수가 감축되며 모든 열차는 백마고지역까지 운행되게 됩니다.  2014년 이후, 이용객수는 더욱 급감하여 100명대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게 됩니다.

 

이 그래프의 시사점은 뭘까요. 일단 경원선 통근열차의 주 승객은, 경원선 종점으로 오는 승객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수요보다는 관광 수요가 많다는 점이지요. 성인 1000원, 경로 500원에 싼 가격에 1호선 전철은 경로할인까지 있습니다. (버스는 없지요). 마침 종점도 '군'과 관련된 지역이기도 하고요.

 

또한  저는 또 다른 시사점으로 '종점의 역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프롤로그에 말했던, 그런 한적한 종점이 아니라고요. 종점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이점이라고요.

 

일단 모든 열차는 종점행 열차라고 불리고 안내표지에도 종점을 이용해 안내하는 철도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더 멀리 갈 필요 없이 이 통근열차의 종점인 동두천역도 원래 동안역에서 동두천시 홍보효과로 동안역으로 바뀌었고요

신분당선의 종점 역시 원래는 경기대역이였다가,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광교를 흥보하기 위해 광교역으로 바뀌었습니다. 1호선 종점인 '신창'역시 근처에 가본적은 없어도 그 이름은 익히 알고 계실것이란 말이요.

 

즉, 종점은 단지 평범한 곳이 아닙니다. 나름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을 갖고 있다고요. 저는 이 글을 통해 이 점을 역설하고 싶었습니다.

 

S#.4 이번역은 39-2 버스의 종점입니다.

 

신탄리역 정면으로 나왔습니다. 붉은 벽돌 위로 파란 패인트가 칠해져 있는 역사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역도 연천의 경원선 역들을 순서대로 무지개 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프로젝트인 레인보우 프로젝트(출처분명)에 따르면 보라색일 줄 알았는데, 푸른색이군요.

 

즉, 결론입니다.

 

초성리역 → 붉은색,

한탄강역 → X(건물없음)

전곡역 → 노란색

연천역 → 초록색

신망리역 → 하늘색

대광리역 → X(벽화가 칠해짐)

신탄리역 → 파란색

 

 

신탄리역. 나름 역 앞에는 작은 공원도 있고, 역 앞에는 작은 시골 구멍가게들,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간이역스럽지 않게 노선버스용 정류장이 있는 것도 특이했습니다. 이 정류장은 신탄리역까지 들어오는 유일한 버스인 39-2번 버스의 자리입니다.

 

정류장에 도착한 39-2 버스

 

동두천역~신탄리역 사이 구간을 운행하는 39-2번 버스.  이번 꼭지의 제목일만큼 즁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버스는 신탄리역-동두천역 구간을 3번국도를 따라 경원선 통근열차와 나란히 달리는 버스이거든요. 게다가 배차간격도 농어촌지역을 달리는 버스 답지 않게 무려 10~20분으로 2시간당 1대꼴인 경원선 전철을 확실하게 앞지릅니다. 아마 연천에서 가장 자주 오는 버스일 꺼예요. 게다가 통근열차가 커버하지 못하는 역과 역 사이에 있는 정류장에도 서요. 즉, 경원선 통근열차의 강력한 경쟁상대이자, 훌륭한 경원선 출사 보조수단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경원선 통근열차 적자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신탄리역 일대 모습과, 차내에 부착된 버스 노선도

 

몇가지 단점이 있는데요. 일단 통근열차가 이 버스보다 요금이 저렴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요.

  통근열차 (전구간 단일요금) 39-2 버스 기본요금 (거리에 비례해 요금 증가)
노인 500 1250
성인 1000 1250
청소년 1000 870
어린이 500 630

 

청소년만 불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통근열차가 확실히 저렴합니다. 게다가 시간도 통근열차가 빠릅니다. 동두천-신탄리 구간을 기차는 45분만에 가는 반면, 버스느 75, 30분이나 더 소요됩니다. (다음지도 기준)

이 부분을 잘 공략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원선의 숙명이겠죠.

 

S#.5 경원선 전철 연천 연장공사로 인해 현재 이 역에는 열차가 운행되지 않습니다.

 

 

신탄리역. 신탄(新炭)이라는 숯(炭)이 들어간 지명입니다. 예로부터 마을 뒷편의 고대산에서 주민들이 나무를 하고 목재와 숯을 만들었다고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고, 대광리와 철원 사이에 새로 들어온 주막거리라 하여 새술막이라고 했는데, 술을 숯(炭)으로 잘못 옮겨 이런 붙여졌다고도 하는 이름입니다. (출처: 연천군지)

 

 

신망리역 인근 철길

저는 신탄리역에서 39-2번 버스를 타고 맨 뒷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동두천역 쪽으로 달렸습니다. 차창 밖에서 경원선 철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대광리, 신망리, 연천, 전곡, 한탄강, 초성리역을 역으로 거쳤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돌았던 기억이 한번 더 떠로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볕도 좋았고 해서 중간에 낮잠도 잤어요.

 

39-2 버스에서 바라본 한탄강철교

 

당시 보였던 이 철길. 지금 보이는 이 철길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분으로 마름에 세겼습니다. 왜냐하면 2019년 4월부터, 소요산-연천간 전철 연장 공사로 인해 경원선 통근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거든요. 따라서 현재 기차 신탄리역은 멈췄습니다.

 

아쉬워 하지만은 마세요. 대신 같은 구간을 같은 요금으로 운행하는 경원선 대체운송버스가 운행중입니다. 기존 통근열차와 달리, 같은 요금에, 두배 더 자주 운행하고, 게다가 교통카드도 되니, 통근열차와 39-2 버스의 장점이 합쳐진 샘이거든요. 마치 39-2번 버스의 급행 버전이랄까요? 어떤 사람은 이 상황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래도 기차를 미는 사람답게 조금 아쉽습니다.

 

2022년에 전철이 연천역까지 개통되면, 연천역 이남은 전철이 운행되고, 연천역 이북은 정해진 게 없어요. 다만 경원선의 관광수요가 많기때문에 지금의 통근열차 역할을 하는 열차가 아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