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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이번역은] 동두천 보산역 | 미군도시였던 동두천,

슈뢰딩거의 구름 2020. 3. 2. 19:39

다녀온 날: 2017.05.03

 

 수도권전철 1호선 (경원선) 보산역  |  역번호 102  |  경기 동두천시 평화로 (보산동) 소재 

 2006.12.15 개업  |  2 승강장 2타는곳, ㅁ||ㅁ)  |  출구 1개소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입니다. 이 복잡한 역사로 인해 한국는 미군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말이죠. 그리고 이 미군이 주둔한 도시들은 미군들의 힘으로 성장해갔습니다. 용산, 오산,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동두천같은 곳들 말이죠.

 

S#.1 이번역은 동두천시 보산동에 위치한 보산, 보산역입니다.

 

보산역 승강장 (지상3층) 풍경

소요산역에서 탄 열차를 타고 두 정거장을 달려 저는 지금 보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살짝 어두운 분위기이고, 스크린도어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었습니다.

 

보산역 승강장 맨 끝에서 찍어본 경원선 철도 풍경

동두천역을 지난 경원선 철도는, 동두천 시내를 고가 철길로 통과합니다. 시간도 오후 5시가 넘어갔는지라 그림자에도 노을빛이 조금식 묻어납니다.

 

보산역 역명판

통근열차 출발역인 동두천역과, 동두천 시가지 중심에 있는 동두천중앙역 사이에 있는 역입니다.

 

 

S#.2 이번역은 하루에 4000여명이 이용하는 다소 한산한 역입니다.

(※2010년대 기준)

 

 

보산역에 역안내도

간단하게 역 내부를 둘러보면서 출구로 내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산역 대합실 (지상2층) 풍경

보산역 대합실은, 아까 승강장처럼 상당히 고요했습니다. 덕에 사진 찍기 하나만큼은 수월했습니다.

보산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3647명 수준 (출처: 한국철도공사 수송통계)으로 상당히 적은 수준입니다. 일단 경원선 구간에서는 가장 한산합니다. 1시간에 열차가 1대인 광명역(5600명)보다 적고 구룡역(3442명), 서동탄역(3431명), 신길온천역(3363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네요.

 

 보산역 주변 지도를 보시면 그 이유를을 잡을 수 있습니다.

 

보다시피, 역 바로 서쪽에는 신천이 있고, 주변엔 아파트는 커녕 동두천시 구도심을 이루는 작은 주택들과 상가 뿐이라 수요를 일으킬만한 시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바로 위쪽에는 미군기지가 있어 시가지 확장을 저해하고 있지요. 물론 군인 소요는 좀 있겠지만요.

 

보세요. 보산역 서측 1번 출입구 앞 풍경인데, 역세권, 지하철 출구 바로 앞임에도 불구하고 낙후되어 있는 풍경입니다.

 

보산역 대합실 (지상 1층)

보산역 1층 대합실 또한 한산합니다. 사실 5월 연휴인 것도 한 몫 했을 거에요. 스토리웨이 편의점 대신 자판기가 설치되어진듯한 모습. 저조한 편의 수요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반대로 보산역 2번출구는 3번국도 (평화로) 상에 나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터 만나 경원선을 따라 올라가는 한국의 주요 도로 중 하나죠.

도로는 정비가 잘 된 축이지만, 그래도 이쪽도 마찬가지 연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지나가는 차는 많지만 보행자는 적어요.

S#3. 미군 부대 캠프 케이시로 가실 분들께서는 이번역에서 하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미군기지 떡밥을 던진 이상 미군기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실은 보산이라는 이름도 미군부대 주둔으로 인해 없어진 마을, 보안리와 축산에서 한 글자씩 따 온 이름일 정도로, 이 동네는 미군기지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이상규. (2004). 제4장 동두천의 공간구조 비전. 지역연구, (), 71-96. > 그림 28 반환공여지 위치도

붉은 선이 동두천시의 경계이고, 파산 선이 현재 동두천에 있는 미군기지의 위치입니다. 일반 포털사이트 지도로는 잘 보이지 않아 논문에서 퍼왔습니다.

같은 논문에 따르면 동두천 전체 면적에 42%를, 저 미군기지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으니, 동두천을 '군사도시'라고 할 만 하죠.

 

보산역 옆 1호선 고가. 밑은 주차장으로 활용중이었다.

 

원래 동두천은 당연히 이런 동네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원래는 그냥 별 볼일(?) 없는 동네였습니다. 동두천 지역에서 경원선 개통 당시부터 광복 전까지 있있던 역은 현 동두천역이 유일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동네를 뒤바꾼 것이 남북분단이었습니다. 38도선이 그어지고 난 뒤, 이 지역이 38도선 바로 밑에 있는 지라 피난민의 정착지이자, 남북교류의 거점이자 경기 북부의 거점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이 지역을 성장시키는 것은 미군기지였지요.  서울 이북인데다가, 소요산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되었죠. 지리적 특성상, 북한군이 침입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 또 북한군 입장에서는 미군이 있으니 쉽게 처들어 오지 못할 것이고요. 이것을 좀 이기적으로 표현한 말이 인계철선이죠.

 

하여튼 가난하던 시절, 동두천 일대는 '기지촌'으로 통칭되는, 1~2만명 규모의 유희시장이 형성되고, 동두천은 성장해갑니다. 미군기지도 2004년 기준 1만명, 전체 주한미군 3만 5천명의 29%가 주둔하는 규모가 되었고요. 1963년에 이담면에서 동두천읍으로 승격되고, 1981년에는 양주군에서 분리되어 동두천시로 승격되었습니다. 이곳이 지금 보산역-동두천중앙역 일대에 있는 동두천 구시가지입니다.

 

 

S#.4 미군부대 반환, 동두천시는 큰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보산역 앞을 지니가는 평화로 풍경

현재 동두천의 상황을 표현하면 제목의 쉼표입니다. 큰 변화 가능성 속에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파병 등으로 미군 수 감소 등 미군기지는 점점 세가 줄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군기지 평택 이전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부의 주한미군 이전사업까지 겹치게 됩니다. 몇 몇 부대는 이미 이전했지만, 사업의 지연으로 인해 아직 모든 부대가 이전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에 맞추어 동두천 구도심은 슬럼화되었습니다.

 

이 사업이 진행되게 되면, 동두천시의 42%에 해당되는 면적이 반환되면서, 실질적인 동두천시의 영역이 2배가량 늘게 됩니다. 특히 보산역-동두천역 사이 미군기지 때문에 분절된 시가지가 연결되는 것이죠. 아직 이쪽 부대, 캠프 케이시의 반환은 미루어 지고 있다만, 근미래에 반환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3번국도(평화로) 상의 보산역

 

이 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동두천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액도 평균 이하인 동두천이기에, 이번 변화에는 동두천의 사활이 결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유심히 지켜보자고요. 동두천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군도시였던 동두천,"이라는 이 글의 제목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말이죠.

 


내용출처!

 

이상규. (2004). 제4장 동두천의 공간구조 비전. 지역연구, (), 71-96.

 

박한상. (2010). 동두천시 미군기지 주둔 및 이전 지연에 따른 지역경제 손실분석. Policy Brief, (),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