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날 2017.05.03
경원선 초성리역 | 역명코드 412 | 경기 연천군 청산면 청신로 (청산리) 소재
1950.10.05 개업 | 1승강장(2타는곳) | 출구 1개소
여유롭게 한탄강역에서 53번 시내버스를 마주한 저는, 이 버스를 쭉 타고 내려와 초성리역에 도착합니다.
S#.1 "이번역은 연천군 청산면 소재지에 위치하고 있는 초성리, 초성리역입니다"
초성리역은 말 그대로 초성리에서 따 온 역입니다. 특이하게도 '리'를 생략하지 않고 그대로 넣은 것이 특이합니다. 초성리역이 이름을 따온 초성리는, 말 그대로 근처에 '초성'이라는 성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이 초성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데 아마 초성리산성일 겁니다.
여담이지만, 이 초성리산성이 검색해도 결과가 잘 안나오고, 남아있는 부분도 2m에 불과한 곳이라고 합니다.
역에 본적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나와서 좀 주변 지역을 탐색해 보도록 하죠.
초성리역 근처에는 이렇게 청산면사무소가 있습니다. 이 지역은 중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런지 행정구역 변동이 몇 번 있었던 지역입니다. 원래 조선시대에는 양주군 청송면이었다가 고종때 포천군에 편입되었고, 일제때 청산면이 되었다가 1983년에야 지금의 연천에 속하게 된 땅리라고 합니다.
만약에 이 때 연천에 편입되지 않았다면 완사역이 사천시의 유일한 철도 정차역인 것처럼 이 역도 포천시의 유일한 철도 정차역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초성리역 앞 도로는 상당히 작습니다. 나름 매점도 있습니다. 이곳은 초성 1리인데요. 아이러니하게 농협, 파출소, 초등학교는 전부 여기서 2km 정도 한탄강역쪽 (북쪽)으로 가야 나오는 초성2,3리에 있습니다. 게다가 거기는 초성리역보다 한탄강역이 더 가까워요 (??)
아마 도로교통의 발달로 인해 철도가 경쟁력있지 못해 철도역 위주의 발전이 일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기차역 한정거장 거리만 가면 전철역이 나오니 경쟁력은 더더욱 떨어지고요. 그리고 초성리역 일대에 평야가 부족한 점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TMI 하나를 덧붙이자면, 2011.07에 내린 강력한 폭우로 이 역 근처 초성철교가 떠내려가서 2012년 3월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적도 있어요.
이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초성리역은 연쳔역 이북의 면소재지도 아닌 소망리역보다 평균 승객 이용량이 적습니다. 그래도 새로 생길 초성리 전철역은 이러한 점을 반영해서 초성 2,3리 쪽에 세워질 예정입니다.
참고로 역 바로 앞 골목에 개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타지에서 온 저를 보고 엄청나게 짖더군요. 그래서 동네 구경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역 안으로 훌러덩 들어갔습니다.
S#.2 "이번역은 붉은색 역사가 인상적인 초성리, 초성리 역입니다"
버스에서 2차선 도로에 내리면, 바로 앞에 보이는 역이 바로 초성리역입니다. 초성리역은 아까 한탄강역보다는 규모가 커졌지만, 그래도 크지 않은 아담한 역사입니다. 마치 창고를 개조 한 것 같아요.
전곡역이 군데군데 노란색 칠이 되어 있던 것 처럼, 초성리역 역사에서도 군데군데 붉은 칠을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역사 벽체와 천장 사이, 그리고 지붕을 받드는 기둥 등등이 붉은색인데, 이 붉은색도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없으면 밋밋할 뻔했으녀나 싶습니다.
참고로 통근열차가 운행하는 (현재 기준으로 운행했던) 초성리 - 신탄리 구간의 역사들은 일명 "경원선 레인보우 프로젝트"라 하여 역사가 무지개색으로 도색된 것이 특징이라는 말이 있어요. (왜냐면 "경원선 레인보우 프로젝트"라고 검색했는데 공식적인 자료가 안 나오더라고요...) 한번 지켜보자고요.
초성리역의 대합실은 좁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벤치 두어개, 열차 시간표 등등이 초성리역 대합실이라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열차 시간이 아니여서 그런지 대합실은 비어 있었고, 출입문은 활짝 열려 바람만이 유유자적 드나들 뿐입니다.
다행히도, 초성리역은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역은 아닌데요, 역 내에 평일 특정 시간에만 근무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초성리역 주변의 꽃이라는 소재로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역에 상당히 애착있는 사람이, 이 역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뭔가 이것을 보니 역 주변의 꽃들이 신경쓰이네요. 봄이라는 기운이 가볍게 코 끝을 스치고 갑니다.
그리고 대합실 끝에는 이러한 개집표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붉은 기둥이 인상적이네요.
초성리역 한켠에 자리잡은, 한자로 충, 효라고 써져있는 비석. 이 역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역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S#.3 "초성리역 승강장에는 거대한 시멘트 사일로가 보입니다."
이렇게나 둘러보았는데도 열차 시간은 가까워 지지 않습니다. 기운내서 역 승강장같은 이모저모도 둘러보도록 하죠.
마침 주변을 둘러보니 건널목(!)이 보였습니다. 저의 사진욕을 불테우며, 다시 인근 도로로 빙글 돌아 건널목까지 왔네요. 데칼코마니처럼 양갈래로 갈라지는 철길이 상당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옆의 풀과 나무도 봄을 담은 연두색 빛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병풍저럼 시멘트 사일로가 보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은 건널목은 초성1건널목이었군요.
다시 초성리역으로 건너왔습니다. 초성리역에도 여지없이 아까 전곡역에서 봤던 것 같은 천막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한 듯 해 나름 운치 있고 간이역스럽습니다.
그리고 이 천막이 끝나는 부분에는 엄청나게 기다란 승강장이 있어요. 아, 그리고 사진을 잘 보시면 화물열차가 보이실 꺼에요. 저 시멘트 사일로가 있다는 말은, 이 역에 화물열차가 운행한다는 겁니다. 아마 승무원이 오는 것도 저 것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 덕택인지 비록 통근열차는 폐지되었어도 아직 초성리역까지 정기적으로 화물열차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설 후에도 정기적으로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소망 아닌 소망을 해봅니다.
승강장에서 바라본 초성리역사는 도로쪽에서 본 것보다는 덜 창고같아요. 아마 겹처마가 달려 있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역 근처에 철쭉(?)이 피어 있는데 저는 이때부터 저 철쭉을 눈여겨 보기 시작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역 승강장에 서서 아까 건널목을 지나가는 버스를 촬영해 봅니다. 참고로 저기 저 멀리 보이는 다리는 3번국도입니다.
초성리역 역명판. 안타깝께도, 지주형태로 생긴 역명판은 초성리역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기둥에 붙어있는 것을 촬영했는데요. 재미있게도 통근열차가 한쪽 승강장에만 정차하는지, 한쪽만 깔끔한 역명판이 달려 있습니다. 이 또한 간이역이라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처음에 답사 계획을 세울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DMZ 트레인의 초성리역 통과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을 잘 유추한 다음, 아까 눈여겨 두었던 꽃밭에서 이렇게 사진을 남겨봤어요. 지금 저 열차도 경의선에서만 운행하고 있으니 귀한 사진중 하나일까 싶어요. (글 쓰는 현 시점에서는 운행중지)
물론 저건 너무 가격이 비싸서 타려고 시도하지 못했습니다...만 결국 경의선에서 2년 뒤 시도했어요.
그리고 저 사진을 찍고 간이역을 느끼기 위해 역 안으로 들어가 여유로운 시간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제가 탈 통근열차(CDC)가 올 시간이 되었네요. 열차가 역 안에서 서행한다는 점을 이용해 역시 아까 봐 둔 포인트로 달려가 사진을 재빠르게 찍고 승강장으로 달려간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열차 사진 찍는 것은 성공했고요 (열차와 꽃이 동시에 나왔으니 성공인 거에요 ㅎㅎ)
승강장으로 뛰어서....
어어...
네 탔어요.
그러고 이때 열차가 천막보다 좀 많이 뒤에 정차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글 쓰려고 보니 승강장에 아무도 타는 승객이 없네요...
S#4. "초성리역은 2021년, 신 역사로 이설될 예정입니다"
이렇게나 길게 쓴 것 같은데 아직 할 말이 남아있어요 ㅋㅋㅋㅋㅋㅋ
뭐냐면 바로 전철화 사업 관련 이야기입니다.
전곡-연천 구간은 나름 선형이 직선이여서 기존 선로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철화가 들어가지만, 안타깝게도 소요산-초성리-한탄강-전곡 구간은 너무 선형이 불량한 관계로 새로운 신설 선로로 이설됩니다.
여기서 눈길을 끌 점은 분명 전철화되어 전철화되지만 현재와 같은 '단선' 한가닥 선로라는 점이고요. (물론 복선으로 쉽게 바꿀 있는 공간도 마련합니다.) 또 하나는 '신설 선로'라는 점입니다. 즉 현재의 초성리역의 위치는 대폭 변하게 됩니다.
비록 현재의 시멘트 사일로가 있어 초성리역까지 선로는 남아있을지는 모르지만, 열차는 지금에 자리에서 타고 내릴수 없다는 것이죠.
앞서 본 한탄강역과 이 역의 기능을 두 역 중간지점에 새로 생길 (신)초성리역이 대체합니다. 저 새로 생길 자리는, 제가 아까 청산면사무소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청산면의 실질적 중심지 자리이기에 오히여 이 지역 주민들로써는 열차 이용이 더 편리해 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소망합니다.
새로운 초성리역은 초성리역의 유래이기도 한 초성리 산성을 본따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산성이 결국 우리를 지키기 위한, 더 잘 살기 위해 지어졌던 시설인 만큼, 새로운 초성리역도 그러한 역할을 톡톡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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