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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이번역은] 연천 한탄강역 | 작은 것들의 비극

슈뢰딩거의 구름 2020. 1. 25. 18:48

다녀온 날 2017.05.03

 

 경원선 한탄강역  |  역명코드 413  |  경기 연천군 전곡읍 한여울로 (전곡4리) 소재 

 1975.06.28 개업  |  1승강장(1타는곳)  |  출구 1개소 

 

전곡역에서 다시 통근열차를 잡다 탄 저! 하지만  다음에 내릴 이곳에는 전곡역보다 더 자리하고 있었으니...

 

 

S#1. "이번역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한탄강, 한탄강 역입니다."

한탄강역에 도착했습니다. 열차는 저를 내려주고 얼른 역 바로 앞의 한탄강을 한탄철교를 통해 유유자적 빠져나갑니다. 열차가 가는 방향으로 약간만 걸어가면 그 유명한 38도선 비석이 있습니다. 즉, 여기는 38도선 이북으로 한국전쟁 이전에 북한이였던 곳입니다!

 

이렇게 생긴 비석이에요. 한탄강역 답사를 마치고 다음 역을 가면서 차창 밖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이 역에 내리는 사람은 저와 의문의 가족 일행 하나, 총 두 일행이 내렸습니다. 심상치 않죠? 왜 이렇게 적은 수가 내녔는지는 다음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S#2. "한탄강역은 임시승강장이므로 화장실이 없습니다."

 

짜잔. 한탄강역의 승강장+역명판+대합실입니다. 사진 왼편에 짤린 개집표구까지 해서 이것이 한탄강역의 전부입니다. 임시승강장이죠. 이러한 작은 규모의 한탄강역 규모는 한탄강역의 적은 수요를 지례 짐작하게 해 줍니다.

승강장에는 다행히 비를 피할 지붕은 있지만 안타깝께도 별도의 화장실은 없어요. 화장실은 통근열차에서 처리하셔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의문은 이런 곳에 역이 왜 생겼지? 로 이어지실 것입니다. 이 의문도 해결하기 위해 역 밖으로 나가봅시다.

 

S#3. "한탄강역은 한탄강 가에 있어, 주변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탄강역은 자신의 역 이름에 충실합니다. 바로 앞에 한탄강이 있거든요. 한탄강은 북한 강원도 즈음에서 발원해 철원, 연천을 거쳐 파주에서 한강과 만나 서해로 빠져나가는 강입니다.

 

 

저는 한탄강을 나름 특색있는 강이라고 생각해요. 강 자체가 인간의 손을 덜 타서 굽이굽이 흐릅니다. 현재 4대강 사업 등등으로 듣기 힘들어진, 정겹게 흐르는 여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강이에요.

철원쪽으로 올라가면 분단의 상처를 기억하고 있고, 제주도에만 있을 것 같았던 현무암과 주상절리도 있어요. 그리고 연천쪽으로 내려오면 바로 그 유명한 전곡리 주먹도끼가 발견된 바로 이 동네, 전곡을 거쳐 흐르게 됩니다.

TMI) 전곡리 주먹도끼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역사이니까 각자 찾아보도록 해요!

 

그래서일까요? 한탄강 본연을 즐길 수 있는 한탄강관광지부터, 한반도의 역사를 담은 전곡리 선사유적지까지 연천의 대표 관광지들이 이 역 근처에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도보로 좀 걸여야 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 역은 2017년 6월까지 DMZ 트래인이 정차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DMZ 트래인은 이 역 대신 소요산역에 정차했다고 합니다. 아무레도 이용객이 많이 없었나 봅니다.)

 

제가 바라본 한탄강의 모습, 그리고 제 마음속에 남은 모습은 무척이나 자연적이고 평화로웠습니다.

 

S#4. "한탄강역은 현재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습니다."

 

당시에도 들렸던, 여객취급이 중지되었다는 말, 그리고 다시는 열차가 서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자꾸 저를 한탄강역을 연민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한탄강역의 작은 대합실에는 쭈글쭈글해진 통근열차(CDC)와 당시 운행하던 DMZ트레인의 시간표만이 아직 열차가 정차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줍니다.

그리고 나름 한탄강역을 소개하는 팜플랫도 컬러로 충실하게 붙어 있습니다.

 

 

큰 여울, 큰 계곡이라는 뜻의 한탄강. 그리고 그곳에 자리잡은 한탄강역. 그곳에 있는 역은 정말 작습니다. 그 앞의 있는 철길도 작은 것이 꼭 역 이름을 닮은 듯 합니다.

 

 

한탄강역에 있는 새하얀 집표함도 시간이 흘러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졌습니다. 한탄강역이 되어 자기 자신을 한탄해 보지만, 한탄강역에 온 작은 것들을 향한 비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도변에 있는 한탄강역의 작은 출입구는 여러가지 생각을 스쳐 지나가게 합니다. 아기자기하다는 생각, 작다는 생각. 폐쇄가 아쉽다는 생각. 주변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효율적으로 연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 등등요.

 

다만 저에게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음역으로 가는 선택지만이 남아 있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