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얽힌 만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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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영등포 국회의사당역 || 권력으로 일그러진 도시, 서여의도

슈뢰딩거의 구름 2021. 7. 4. 17:29

다녀간 날: 2017.10.12

 

  서울 도시철도 9호선 여의도역 | 역번호 914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여의도동) 소재 

  2009.07.24 개업 | 1승강장 2타는곳 (섬식, |ㅁ|) | 출구 6개소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버스를 탄 저는, 의사당대로를 따라 여의도공원 지하를 통과해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할 수 있었었습니다.

 

 

[1. 국회의사당역에서 바라본 여의도공원과 동여의도의 고층건물들]

여의도역 인근이 동여의도라고 하면, 여의도공원(구 여의도광장)을 경계로, 이쪽 국회의사당역 인근은 서여의도로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는 지도로 보나, 실제로 보나 외관상의 크기가 크게 느껴집니다. 63빌딩, 파크원 등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동여의도와 달리, 서여의도의 건물들은 10층 정도로 낮습니다. 그리고 서민층이 거주하는 대형 아파트단지도 동여의도에만 있습니다.

 

 

[2.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러한 원인은, 바로 국회사무처의 압력입니다. 건설부와 서울시청 등에, 서여의도에, 국회의사당보다 높은 건물 (40m 이상)은 짓지 말라며 압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1975~) 당시 담당자였던 손정목 교수는 유신체제였기 때문에, 여의도 건축 고도 규제를 제도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이러한 규제로 서여의도가 저개발된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1. 국회 앞 건물들]

국회의사당 자체가 양말산 터에 위치해서 지대가 높고, 중정이 넓어 이러한 규제는 제 생각에는 불필요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참고로 당시 국회에서 예시로 들었던 곳은 워싱턴D.C.입니다.

참고로, 당시 국회의장은 정일권(丁一權), 국회사무처 총장은 선우종원(鮮于宗源)입니다.

뭔가 정당 관련 건물만 많을 것 같지만, 그냥 평범한 상가들이 대다수입니다. 애초에, 바로 옆에 KBS 본관이 있습니다.;;

 

 

[3. 국회 앞의 의사당대로]

국회 정문 앞에서 시작하는 도로가 의사당대로입니다. 동여의도 측 의사당대로는 10차선이지만, 서여의도 측 도로는 중간중간 교통섬+녹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84년도 항공사진에도 있는 것을 보아 오래전부터 설치된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국회의 도로명주소는 의사당대로 1입니다. 원래는 여의대로 7XX이 되어야 하지만, 국회라는 상징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 무형적 특권이 잘 드러나는 예시인 것 같네요.

 

[4. 1번 출입구]

국회의사당역 1번 출입구의 모습입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출입구 같네요. 국회의사당에서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9호선 같은, 깔끔한 유리 출입구로 되어 있습니다.

 

 

[5. 국회 2문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길을 건너 국회의사당 측으로 걸어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름 중요한 곳이라고, 이른 아침에도 경찰분들이 서 계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사실 후자가 더 컸습니다만…) 포기했네요.

 

 

[5-1 길 건너에서 본 국회의사당]

한동안 우리나라는 광복 후, 국회 건물이 없어서 일제의 잔재인 조선총독부 중앙홀에서 의정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1958년에 남산 이전을 발표하고 현상설계도 받았으나, 5.16으로 무산됩니다. 그러다가 1968, 마침 새로 짓고 있던 여의도로 국회를 옮기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그래서 현상설계를 했는데, 과정이 권위주의적이어서 건축가들이 유사 보이콧(?)하는 등 말이 많았다고 해요. 중간에, 높으신 분들이 보기 좋다고 돔이 추가되었고, 중앙청 건물보다 웅장해야 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말에 의해 설계가 변경된 적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지어진 건물이 지금의 국회 건물입니다.

 

[6. 국회 본회의장은 돔 바로 밑에 없습니다.]

2016년 본인 촬영

 

저 같은 일반 사람들은 뭔가 있어 보이네~ 싶지만, 이 건물을 비판하는 여론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뭔가 한국에 지어진 건물치고 너무 서양서양하다, "국적 불명의 무대장치다", 신전 같고, 뭐 하는 건물인지 잘 모르겠다., 쓸데없이 겉면의 열주와 돔이 크다., 보기와는 다르게 저 돔 밑에는 공간이 없다. 권위적이다 등등이었습니다. 흠…. 그래도 통일을 대비한 양원제 설계가 되어있다는 점은 잘한 것 같습니다. 경회루의 24개 열주를 가져다 썼고, 정면의 8개 열주는 팔도강산의 의미를 가져오는 등, 의미부여도 어느 정도 되어 있고요.

 

[7.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유일하게, 국회의사당 쪽으로 나와 있는 출입구인 6번 출구입니다. 나름 국회 정문이라고 신경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회 정문을 향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에서 나가는 방향으로, 국회대로 옆에 조그마하게 만든 것이 영 별로네요. 이쯤 되면 전철 타고 올 테면 와 봐라는 느낌입니다. 애초에 우리는 국회의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국회 아니던가요?

 

 

[8 국회의사당역 4번 출입구]

전철역 바로 위에 있는 국회의사당앞 교차로를 빙글 돌아 3번 출구 건너편의 4번 출구로 왔습니다. 평범하게 생겼고요, KBS 본관으로 가실 분들은 이곳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9 국회의사당역 대합실]

국회의사당역 대합실로 내려왔습니다. 하루에 3.2만 명(2019)이 이용하며, 9호선 급행 미정차역 중 가장 승객 수가 많은 역입니다.

그나저나, 이번부터 사진을 기존에 누르딩딩한 느낌에서 푸르딩딩한 느낌으로 보정해 보려고 합니다. 바꾸니까 보기 좋네요. ㅎㅎ

 

[9-1. 대합실 모습 2]

하지만, 아직 권력으로 일그러진 도시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9호선의 건설에도 국회사무처가 개입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강남-여의도-강서를 잇는 9호선에 있어서 여의도 통과, 국회의사당 부지 통과는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근데, 국회사무처에서 국회 권위 훼손과 본관 건물 안정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섭니다. (2001)

 

[9-2 개찰 이후의 대합실 모습.]

이미 일본 의사당은 4, 영국은 2개의 지하철 노선이 국회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9호선은 샛강을 건너야 하므로 심도가 깊은 상황이고요. 그래서 서울시가 KBS쪽으로 노선을 급선회하는 안을 제시했더니, 이번엔 서울시가 욕을 먹게 됩니다. (2002.03) 그리고 여론을 의식한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선회안을 부결시킵니다. (2002.04) 결국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안전점검 후 결정하기로 하고, 안전진단 결과 이상 없음이 나와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2002.11) 그리고 이듬해 7월에 착공됩니다.

 

[10. 주변 지도]

국회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으나, 결론적으로 보자면, 약 반년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국회로 인해 진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작에 지어진 5호선도 민간 건물 밑을 잘만 통과하는데, 게다가 9호선도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로 통과하는 것임에도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개통지연 역시 시민들의 문제입니다. 일방적인 특권의식보다는, 국민의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11. 승강장]

나름 길이 아닌 곳을 파야 하므로,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은 섬식 승강장으로 건설되어 있습니다. 급행열차는 통과합니다. 참고로, 현재 여의도역 통과로 계획된 신안산선의 전신인 10호선 계획은 원래 이 역에서 갈아탈 예정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10호선이 엎어졌기 때문에, 환승시설은 건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2. 스크린도어와 역명판]

하여튼, 이렇게 국회의사당역을 둘러봤습니다. 다 적고 나니 살짝 정치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헌법의 관점, 민주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교과서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 손정목, 한울

한국 현대건축 평전 | 박길룡, 공간서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어쩌다 지붕에 돔을 얹었나 | 경향신문, 2015.10.03 

서울시-국회사무처, 의사당 지하철 경유 갈등 | 매일경재, 2001.06.28

지하철 9호선 국회 우회통과 | 연합뉴스, 2002.03.15

`9호선 국회구간 우회' 시의회서 부결 | 연합뉴스, 2002.04.24

서울시 도시계획위 지하철 국회통과 안전점검후 재심사 | 동아일보, 2002.05.22

지하철 9호선 국회 통과 | 한겨레, 2002.11.20

9호선 여의도 20일 착공 | 2003.07.18 파이넨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