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얽힌 만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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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영등포 당산역 || 사고 공화국의 당산철교

슈뢰딩거의 구름 2021. 7. 4. 22:21

다녀간 날: 2017.10.12

 

  서울 도시철도 2호선 당산역 | 역번호 237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당산동6가) 소재 

  1983.05.22 개업 | 2승강장 2타는곳 (상대식, ㅁ||ㅁ) | 출구 6개소

 

  서울 도시철도 9호선 여의도역 급행 | 역번호 913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 (당산동6가) 소재 

  2009.07.24 개업 | 1승강장 2타는곳 (섬식, |ㅁ|) | 출구 7개소

 

 

70~80년대. 대내외적인 호조건으로 대한민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륙합니다. 혹자는 이를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본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은 많은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사고 공화국이었습니다. 일종의 성장통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진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80년대에 날림 공법으로 지어진 구조물들은, 90년대가 되자 서서히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청주 우암아파트 붕괴사고 (1993), 구포 열차 전복사고 (1993),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1993),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사고(1994),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1995),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 , 안전불감증을 말미암아 수많은 안전사고가 온 국토를 뒤덮었습니다. 안전 관리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전국적인 건축물 안전 진단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던 와중에, 당산철교의 부실공사가 발견됩니다.

 

 

[1. 9호선 당산역 승강장]

국회의사당에서 9호선 일반 열차를 타고, 바로 다음 정거장인 당산역에서 내렸습니다. 이 역은 2호선과의 환승역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하루에 2호선 4.7, 9호선 3.7, 환승객 6.8, 도합 15.2만명이 당산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019) 그렇지만, 지하 2층의 대합실과 지하 3층의 승강장이 하나의 천장을 공유하고 있어, 수많은 인파의 혼잡함을 완화해주는 것 같네요.

 

[2. 당산역 9호선 안전문]

국회의사당역과 마찬가지로, 당산역 역시 단일 섬식 승강장의 형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역과 달리 급행열차가 정차하고 있습니다. 당산역의 안전문에는 9호선 급행을 의미하는 붉은 색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3. 복복선 에스컬레이터와 9호선 대합실에 설치된 환승게이트]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이미 계통 전부터 예상했을 것입니다. 9호선 개통 직전인 2008, 2호선 당산역의 하루 이용객 수는 7.6만 명이었습니다. 이들 대다수 승객이, 지하철이 없는 서울 서부에서 오는 승객임을 고려했을 , 9호선이 개통하면 그대로 환승 수요로 옮겨 감이 자명했을 것입니다. 비슷한 까닭인 것 같은데, 현재 9호선에사 가장 혼잡한 구간이 당산-염창입니다.

 

 

[4. 2호선~9호선 에스컬레이터]

9호선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4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 9호선 지하 2층 대합실과 지상 32호선 승강장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높이만 24m, 길이 48m로 완공 당시 국내 최대 길이의 에스컬레이터였습니다. (2009) 안타깝게도, 현재 대구 청라언덕역에 설치된 것이 더 깁니다. (관련 답사기 참조. https://blog.naver.com/kimscientist/220906426585) 하여튼, 이 역은 엄청난 막장환승이 되었습니다.

 

 

[5. 2호선 승강장]

2호선 당산역 승강장으로 올라왔습니다. 9호선 환승통로가 연결된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80년대 느낌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6. 각 노선의 당산역 역명판]

이 역이 위치한 당산(堂山)에서 따 온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크게 2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한가지는, 해당화 나무가 많이 펴서 그렇다는 것이고, 하나는 단산(單山)이라는 산이 있었고, 당집(마을 제단)이 있어 붙었다는 설입니다. 저는 후자의 설이 마음에 드는 것 같네요.

 

 

[7. 당산역에서 바라본 당산철교]

하여튼, 1993, 당산철교가 위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9410월 성수대교 참사와 맞물려 그해 11월 이게 언론에 의해 크게 기사화되면서 (와우아파트 거주 경험이 있었던, MBC 최일구 기자의 보도) 당산철교 재시공에 대한 여론이 성장했습니다. 사실, 당산철교가 부실하다는 것은 이미 관계자 사이에서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8. 재건설 전 당산철교. 동아일보 참조]

당산철교 12년 만에"퇴역" | 동아일보 1996.12.31

당산철교는 83, 트러스교로 남광토건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9년 뒤인, 1992, 70km/h로 철교를 건너면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안전진단을 위해 모든 전동차는 30km/h로 당산철교를 건너도록 조처된 (1993.11)가 있었습니다.

 

 

[9 당산철교 모습]

수도권 전철 관련 영상 -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풍경(199410) | Jcdiscov 유튜브 채널

당시 철도기관사 이정호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성수대교가 끊겼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였다. 전동차가 당산철교 입구로 들어서면 집에 둔 부인과 두 딸의 걱정어린 얼굴이 떠오른다.라는 소회를 밝힌 바가 있었습니다.

 

 

[10. 당산철교 균열.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안전진단 결과 수백여 곳의 철제 세로 빔에서 균열이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균열을 막기 위해서 빔에다가 구멍(스탑홀)을 뚫었는데, 이 밑으로 균열이 계속된 것이 최일구 기자를 통해 크게 전파를 탔습니다.

 

 

[11. 당산철교에서 바라본 2호선 당산역]

결국, 국무총리가 철교를 재점검하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외국 회사에 정밀진단을 요청했습니다. 그 뒤, 정부와 학계는 안전정밀검사 결과를 두고 완전 재시공, 보수공사를 두고 첨예한 토론을 겪게 됩니다. 서울의 대동맥, 지하철 2호선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성수대교 이상의 인명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끊게 되면 또 다른 사회적, 교통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역시 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수대교 참사도 있었고 여러 의견을 종합해 완전 재시공으로 결론짓게 됩니다.

 

 

[12. 현재 당산철교의 모습]

5호선 도심 구간(여의도-왕십리)1996.12.30에 개통하는 것에 맞춰, 1997.01.01부터 당산철교의 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11.22, 현대중공업과 진흥기업에 의해 새로운 다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13. 알아서 붕괴한 당산철교]

참고로, 19975, 철거 도중 8번과 9번 사이에 임시 지지대가 무너지며 다리가 붕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직, 한국 토목 기술이 부족했다는 방증일 것이고, 당산철교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 2호선 대체 임시버스의 모습.]

하여튼, 철교 교체 공사로, 2호선 당산-합정 구간은 잠시 운행 중단됩니다. 그리고 이 구간은 대체버스가 운행되었습니다. 그 와중인 1999.04.22, 철도 파업이 일어나는 와중에 기관사의 과로로 전동차가 승강장 횡단 다리를 박고 멈춰 서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리가 완성 단계라 땅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임은 확실합니다.

 

 

[15. 2호선 대합실]

2호선 대합실의 모습입니다. 어느 2호선의 고가역들처럼 옛 된 칙칙함이 넘치는 역입니다. 9호선을 안내하는 9라는 표기가 왠지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16. 2호선 고가 밑]

2호선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가로 건설되었고, 따라서 이 일대는 상당히 어두컴컴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수많은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역 주위로 큰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것은 특이한 점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애초 이 영등포 일대가 서울의 공업지구로 성장했던 점, 도로 교통이 사통팔달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여의도로 곧바로 진입하는 일반도로가 없습니다.)

 

[16-1 2호선 출구 사진 모음]

 

[17. 당산철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18. 당산역 교차로]

반면, 이 일대는 각종 버스 노선들의 집결지이기도 합니다. 특히, 김포, 일산, 운정 등 경기 서부지역과 영등포, 여의도를 연결하는 광역버스 노선들 대부분이 당산역을 거쳐 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서울 도심과 강남접근이 쉬운 2, 9호선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수요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일대에서 이층 버스와 2호선 교각 사이 충돌사고가 몇 번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난잡함을 해소하고자, 서울시에서는 역에 인접한 올림픽대로 상에 버스 환승센터를 만드려고 하고 있습니다.

 

 

[9호선 대합실]

다시 9호선 대합실로 들어왔습니다. 아까 찍지 못한 9호선 대합실을 찍기 위함입니다. 대충 평범해 보이는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지 꽤 많은 상점이 9호선 대합실 안에 입주해 있었습니다.

 

 

[20. 9호선 출입구]

출입구는 대충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뭐 그다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저는 이만 이곳에 6514번 지선버스를 타고 다음 역인 선유도역으로 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1. 당산역 주변지도]

 

 

참고문헌

[카메라 출동] 당산철교의 균열실태 고발[최일구] | MBC, 1994.10.30

당산철교 재점검 이총리 지시 | 한겨레, 1994.11.01 기사(뉴스)

당산철교 철거앞둔 2호선 기관사 李政浩(이정호)"가슴졸인 5년…착잡하나 폐쇄 마땅" | 경향신문, 1996.12.07

동작 동호 대림등 3개철교 지하철서행 단계적 해제 | 동아일보, 1994.12.31

신정부. (1996). 당산철교의 철거배경과 기술적 검토. 대한토목학회지, 44(8), 18-26.

당산철교 철거작업 중 상판 붕괴 | MBC, 1997.05.22

기타 사진들은 출처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