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얽힌 만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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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영등포 선유도역 || 선유도 없는 선유도역 답사기

슈뢰딩거의 구름 2021. 7. 5. 01:45

다녀간 날: 2017.10.12

 

  서울 도시철도 9호선 선유도역 | 역번호 912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 (양평동5가) 소재 

  2009.07.24 개업 | 2승강장 2타는곳 (상대식, ㅁ||ㅁ) | 출구 8개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저는 이번 답사에서 선유도공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몇 년 전에 다녀 왔던지라, 다시 가기 귀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답사기 작성 전까지 언젠간 가겠는지 생각했는데, 그놈의 역병이 터져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 아니 선유도 없는 선유도역 답사기입니다.

 

 

[0. 홍철 없는 홍철팀]

당산역에서 6514 지선버스를 타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버스는 양화대교 남단을 지나 선유도역에 도착해 있습니다.

 

[1. 선유도역 위 사거리]

선유도역은 양평로와 양평로21번길이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전철역입니다. 도로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전혀 큰 사거리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 사거리에는 공식 명칭도 없는 것 같네요. 원래 전형적인 서울 근교 공장 동네였고, (아직 지적도상 이쪽 동네는 준공업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1-2. 선유도역 남측 도로 (양평로 21번길)]

작은 빌라와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 시내 땅값이 비싸다 보니, 공장을 이전하고 집을 짓는 추세이긴 한데, 그래도 이 역 근처에는 롯데제과 공장 등 여러 공업 시설들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에 작게 보이는 굴뚝이 바로 롯데제과 공장의 굴뚝입니다.

 

[2. 신목동역 방면(서쪽) 양평로]

이 일대는 법정동으로 양평동 5, 행정동으로 양평 2동에 속해 있습니다. 바로 서쪽으로 안양천이 흐르는데, 사진 멀리 도로가 높아지는 것이 바로 안양천을 건너기 위해서입니다. (양평교)

 

[3. 선유도역 북쪽 방면 도로 (양평로 21번길)]

이미 양평이라는 지명은 5호선에서 잘 쓰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근처 하중도인 선유도에서 따 와 선유도역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선유도공원 역시, 이 역 2, 3번 출구로 나와 위 사진 방향을 1km 정도 걸으면 육교가 나옵니다. 버스를 타고 선유도에 바로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쪽으로 가는 게 진짜 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4. 선유도 과거 사진 좌:일제강점기, 우: 1970년대]

원래, 이곳은 선유봉이라고 해서, 육지에 붙어있는 산봉우리였습니다. 나름 아름다워서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1920년 을축년 대홍수가 일어난 이후, 일제는 한강 양안의 제방을 쌓았는데, 이때 이 산의 흙을 이용하는 바람에 봉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평범한 한강의 하중도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60년대 제2 한강교 (현 양화대교)를 짓는 데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5. 선유도공원 위성사진과 내부 사진. 선유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민들에게서 선유도가 잊히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78년 선유도정수장 건설이었습니다. 선유도정수장은 20년 동안 서울 북서부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해 왔습니다. 알다시피 정수장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입니다. 하지만 산업회로 인해 한강 수질이 나빠져 멀리서 원수를 끌어다 쓰게 되었고, 마침 고건 서울시장의 서울시의 묀레니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00.11.17 정수장이 폐쇄됩니다.

그 후, 서울시 부시장 강홍빈과 실시설계에 당선된 건축가 조성룡과 조경가 정영선에 의해 공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기존의 정수장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원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6. 선유도역 출구 사진들]

선유도역에는 무려 8개의 출구가 있습니다. 모든 방향으로 나 있는 것이죠.

한편, 이 역은 2019년 기준 1.3만 명 이용으로 낮지만, 그래도 영등포라고, 9호선에서 중간 정도 등수에 속해 있습니다. 특히 9호선 3단계 구간과 비교했을 때, 1, 2단계 구간이 이용객 수 대비 출구 개수가 많은 것 같기는 합니다.

 

[6-1 선유도역 6번 출구]

개인적으로 6번 출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여유 공간이 없었는지, 공간을 찌그러트려 가면서까지 출입구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7. 대합실 모습]

대합실 풍경은 간단합니다. 지하 1층에서 모든 동선이 만난 뒤, 지하 2층에 개찰구가 있고, 지하 3층에 승강장이 있습니다. 2기 지하철 이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것입니다. 참고로 저에게 있어서는 선유도역 개찰구에서 오작동으로 걸렸던 한(?)이 서린 장소입니다.

 

 

[8. 승강장 풍경]

근데, 승강장에 도착하고 나서 보니, 일반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9호선은 급행과 완행이 번갈아 있으므로, 이런 완행만 서는 역에서는 열차 간격이 크게 벌어집니다. 따라서, 귀찮았던 저는 승강장 사진을 대충 찍고 열차에 올랐습니다.

 

, 짧은 선유도역 답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정말 허접(?)했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9. 주변지도]

 

참고문헌:

정기용. (2002). [공간읽기]선유도 공원-잊혀진 땅의 귀환. 문화과학, 31(), 245-256.

서울상수도 백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