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얽힌 만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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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미추홀 인하대역 || 얻은 지하化, 잃은 화물鐵

슈뢰딩거의 구름 2021. 2. 16. 16:39

다녀간 날: 2017.08.01

 

  수인분당선 (수인선) 인하대역 | 역번호 K269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독배로 (용현동) 소재 

  1965.01.05 용현역 개업  1973.07.14 폐업 2016.02.27 재개업 | 2승강장 2타는곳 (상대식, ㅁ||ㅁ) | 출구 7개소

 

 

송도역에서 탄 전철은 한참을 달려 다음 정거장인 인하대역에 정차합니다. 이것으로 이날 출사는 3개 역 만을 남겨 두게 된 상황이 되었네요. 험난할 것만 같았던 이날 출사의 답사기 작성 과정도 거의 끝을 보게 되었습니다.

 

 

[1. 인하대역 역명판]

한참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역은 송도역에서 무려 2.4km 떨어진 장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시철도 역할을 하고 있는 수인선에게는 상당히 긴 역간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역과 송도역 사이에는 국내 소다회를 독점 생산, 공급해 온 OCI(구 동양화학)공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 인하대역 승강장]

하지만 전철이 지나가는 이런 알짜 장소를 사람들이 그냥 놔 둘 리가 없습니다. OCI2004년에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직접 이 일대를 지금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용현, 학익지구) 이 지구의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써 미래에 학익역(가칭)이 사업자(DCRE, OCI의 자회사) 전액 부담으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3. 역 앞 SK뷰 아파트]

이러한 유형의 아파트들은 OCI의 일만이 아닙니다. 이 인근에서 이러한 유형을 쉽게 찾아볼 수있었습니다. 이 일대가 인천항과 가까워 공장이 많았다는 것이 한몫 했을 것입니다. 역 서쪽 800m 떨어진 엑솔루타워 아파트는 동일레나운 공장(의류), 학익풍림원 아파트는 시노스틸 공장(철강), 두산위브 아파트는 청구화공 공장 부지를 재개발한 것입니다. 역 바로 서쪽의 SK스카이뷰 아파트는 SK에너지의 저유지를 이용한 것입니다.

 

 

[4. 주변지도]

이 역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지하역이라는 점입니다. 뭐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답사에서만나 본 수인선&안산선 역들이 전부 지상역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주 오랜만에 지하 구간을 만난 것입니다. 월곶, 연수, 시화, 산본 택지지구도 지상으로 통과한 주제에 말입니다.

 

[5. 대합실 모습]

당연하게도, 이 곳은 수인선 개통 당시부터 지상으로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용현역이 이 일대에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만, 얼마 가지 못한 19737, 인천항 개발에 따른 수인선 남인천-송도구간 폐쇄로 같이 폐쇄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인천항 내항전면도크화에 따른 철거랍니다. 출처: 水仁線(수인선) 南仁川(남인천)-松島(송도)5() 36년만에 撤去(철거) 조선일보 | 1973.07.12)

 

[6. 동양화학선 인근의 대략적인 지도. 참조:https://inspektor.weebly.com/blog/20160310 ]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남인천-용현 간 선로가 폐쇄된 당해 11월에 표준궤로 재-부설되어 동양화학선으로 개통되었다는 점입니다. 여객을 위한 철길은 아니었고, 갓 들어선 동양화학 공장만을 위한 화물철도였습니다. (1968년에 매립을 완료하고 공장을 설립했음.) 동양화학 공장이 일찍 폐쇄된 것과 달리 이 철길은 지금도 일부 구간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노선 자체는 1995년 폐지)

 

 

[6-1 수인선 복원 계획. 출처: 싸고 빠르고 安全(안전)한鐵道(철도) | 매일경제 1972.02.01]

한편, 1970년대 당시는 경제 성장을 맞아 인천항이 개발되던 시기였고, 기존의 협궤 수인선을 표준궤+복선화 계획이 등장한 시점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동양화확선은 임시의 성격이 짙었을 것 같아요.

 

 

[7. 동양화학선이 지나갔건 역 앞 사거리]

하지만, 1970년대 철길 주위로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7왕복 (14) 운행하는 디젤기관차의 소음, 날리는 석탄가루 등으로 지역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마음 놓고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노선 폐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결국 공장 이전으로 문제는 해결되는 듯싶었습니다.

 

 

[8. 역 앞 도로]

문제는 수인선 복선전철 착공을 앞둔 2000년대 초반에 다시 터져 나왔습니다. 수인선 전철이 지상으로 건설되는 데다가 화물열차도 운행하기로 결정되면서,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악몽의 재현이 불 보듯 뻔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인천-송도 구간은 주택 밀집 지역이므로 자하 전철, 지상 화물철도(113)라는 완화안을 철도청이 내놓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당연히 완전 지하화였습니다. 당연히, 공사는 지연되었습니다.

 

[9. 인하대역 서편의 1,2,3번 출구]

이 지역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철도청의 원안대로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현 송도역 북쪽에 있는 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부지(인천발 KTX사업에서 활용중), 그리고 역 동쪽에서 뜬금없이 분기하다 끊긴 선로가 이 계획의 흔적입니다.

 

[10. 인하대 앞의 4,5번 출구]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예를 들면 세류삼각선 설치 무산 등)수인선을 화물철도로 쓰는 것이 보류되었고, 수인선은 화물 기능을 잃은 채, 지하로만 공사 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결국 한참 늦은 2016년에야 개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수인선은 지상의 화물철도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계획을 실현했다면, 경부선의 심각한 선로용량 문제를 약간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요. .

 

 

[11. 인하대역 6,7번 출구]

여담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수인선의 동쪽 끝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인공은 세류삼각선과 고색역으로, 수인선이 2020년에서야 완전 개통되게 한 주범이죠.

 

[12. 인하대 입구]

그나저나, 이 역의 이름은 인하대역인데요, 이 역 바로 앞에 인하대학교 용현캠퍼스와 인하공대가 있습니다. 하루 1.2만명 이용으로 수인선에서 수요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저는 이제 이 역 7번출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다음 역으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학익역 '무정차통과'추진해도… DCRE(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 시행사) '자금난' | 경인일보 2014.03.25

인천시, 용현·학익1블록에 수인선 학익역 신설 | 서울경제 2010.12.09

화학업계돈된다면…”  | 파이넨설뉴스 2003.10.20

인천 구도심 대단지 아파트로 대변신 | 파이넨셜뉴스 2013.10.20

[메트로 인사이드]수도권 광역전철사업´지상-지하화 논란´ | 동아일보 2002.11.04

<현장> 인천 도심 산업용 철도 골칫거리, | 연합뉴스 1999.06.18

인천시민단체, 수인선 지상 화물노선 저지 투쟁 나서 | 뉴시스 2006.07.18

[인천] '수인선 인천구간 지하화' 정부·지자체 갈등 | YTN, 2011.06.07

[땅과 사람들](9) 학익동 OCI(옛 동양제철화학) 부지 | 경향신문 2009.07.14

항토문화전자대전>동양화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