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얽힌 만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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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수도권

[이번역은] 송파 잠실나루역 | 잠실, 상전벽해의 진주인공 (1)

슈뢰딩거의 구름 2020. 3. 10. 01:27

다녀온 날: 2017.01.21

 

 서울도시철도 2호선 잠실나루역  |  역번호 215  |  서울 송파구 오금로 (신천동) 소재 

 1980.10.31 개업  |  2 승강장 2타는곳, ㅁ||ㅁ)  |  출구 4개소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를 알고 계시나요? 직역하면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근데 이 말이 딱 맞는 곳이 있습니다. 실제로 뽕나무밭에서 푸른 강이 됬거든요. 바로 우리가 지금 둘러 볼 잠실지구입니다.

 

 

 

 

 S#.1  이번역은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나루, 잠실나루역입니다.

 

◈ 아파트 사이 숨겨진 전철역

 

강동구청역에서 30-3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다름아닌 잠실나루역(舊 성내역)입니다. 분명 잠실나루역이라고 해서 내렸는데, 역은 안 보입니다?!!!

잠실나루역은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잠실지구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마침 2호선 고가도 있으니 우회전해서  따라가보자고요.

 

오금로를 따라 200m 걸으니 거대한 고가의 잠실나루역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역 출입구까지는 아직 100m나 남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내린 정류장이 잠실나루역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입니다...! 정말 잠실 아파트 사이에 있는, 주민들만이 이용하는 역입니다.

 

그래도 2호선이 대중교통을 독점(?)하다시피하니 1일 잠실나루역을 이용히는 승객은 31,988(2019기준, 서울교통공사)명이나 됩니다. 이것도 실은 3만 7천명 수준에서 준 겁니다. 그래도 2018년 기준 수도권 전철역 중 상위 25% 정도의 승하차량을 보여주는 역입니다. (교통안전공단 국가대중교통DB (https://www.kotsa.or.kr/ptc/app/) 참조) 높은 편이죠?

 

잠실역 4번출구 앞에서 찍은 육교. 저기로 올라가면 잠실철교(!)와 연결됩니다.

 

◈ 잠실철교 촬영 거절

 

그나저나 저는 여기서 바로 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실철교를 건너는 2호선 열차를 찍기 위해 역 바로 옆 장미아파트에 갔습니다. 가서 사진 촬영 가능 여부를  경비원께 여쭈어봤더니 아파트 회의에서 금지하기로 했다네요... 아무레도 몰상식한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ㅠㅠㅠ 다시 잠실나루역까지 걸어 내려왔죠.  게다가 암사역에서 그쳤던 갑자기 눈도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

 

 

◈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출구구경

 

 

지도를 보시면요, 딱 봐도 이 역은 아파트 사이에 있는 역임이 느껴져요. 역도 아파트 사이에 있는 공터 위에 있습니다. 동쪽에는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파크리오아파트가 있고요, 왼편에는 아직 재건축 전인 장미(2차)아파트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쪼개서 출구를 4개나 만들었더라고요. 어차피 안은 다 이어져 있으니 상관은 없습니다.

 

2호선 잠실역부터 구의역까지는 잠실대교를 이용하면 한번에 가지만 2호선을 따라 가면 잠실나루역과 강변역을 거치게 되는데요. 2호선이 잠실개발 전에 기획되었음에도 이러한 선형을 갖게 된것은 이 역 일대를 개발하고자 했던 구자춘 전 서울시장(2호선의 선형을 설계한 것도 이 분)의 생각이라는 추측 있어요.(서울도시계획이야기 3권 참조)

 

장미아파트 측 4번출구. 대합실과 인도 높이가 같아서 자전거를 타고 역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잠실나루역 북측 대합실 풍경. 지상 1,2층을 하나로 터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구조입니다. 그나저나 역 자체는 옛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액센영화 찍은 사진(?)

 

반대편, 동편의 의 1번출구. 눈이 내리는 와중에 카메라를 옷 속에서 넣었다-뺐다 하면서 빠르게 찍었습니다. 누가 봤으면 엄청 긴박한 사람처럼 보엤겠네요.

벽돌이 매우 인상적인, 그런 역입니다.

 

 

몸을 살짝 돌려 잠실나루역을 찍어봤어요. 저쪽으로 가면 잠실철교가 있지요. 이름은 철교지만 차도, 자전거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기도 언젠가 가 봐야 하는데 말이죠.

 

 

다시 왼쪽으로 몸을 틀어서 전체적인 잠실나루역을 담았습니다. 1,2번 축구 앞에는 원형의 빈 광장이 있어서 전체적인 역사를 찍기 좋습니다.  그나저나 갑작스러운 눈에 사람들도 그냥 걸어가고 있고, 걸어가는 사람도 적어요.

 

 

잠실나루역 2번출구의 모습. 3번출구와 아주 격하게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대합실을 건너가 서쪽의 3번출구를 찍었습니다. 이 출구 앞에는 장미아파트 상가 건물이 있지요.

 

 S#.2  우리열차는 이번역과 강변역 사이 구간에서 한강을 건넙니다.

 

◈ 잠실나루역 대합실, 지상역 잠실나루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2호선스러운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대합실입니다. 다시 개찰구에 환승테그를 하고, 위로 올라가야죠.

 

2층 대합실

 

개찰구를 찍고 바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왔어요. 1.5층같은 2층 공간이 있고, 각자 갈 곳을 찾아 승강장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 잠실나루역 승강장

 

 

원래도 어두웠을 것 같지만, 기뜩이나 눈이 더 와서 어두운 잠실새내역의 승강장입니다. 그나저나 열차가 방금 떠났기 때문에 승강장에 사람이 없지요.

 

승강장 끝에서도 찍어 봤어요.

 

 

◈ 혼란스러웠던 역 이름 '성내'

 

 

잠실나루역 스크린도어. 사실 이역의 이름은 개통 후부터 2010년까지 "성내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꾸 저도 성내역이라고 쓰려고 합니다.) 근데 왜 바꿨냐면 이 이름이 문제가 있었거든요.

일단 근처에 성내천이 흐르고 있어서 역 이름이 성내라고 지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 곳은 성내동이 아니라 신천동이라는 거에요. 그리고 성내라는 지명은 이미 강동구 쪽에서 쓰고 있던 지명이었습니다. (전 답사역인 강동구청역 일대). 게다가 신천이라는 이름은 뜬금없이 잠실지구 반대편에서 역 이름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잠실나루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근데 문제는 잠실나루라는 곳이 이 동네에 있던 게 아니라 서초구 잠원동과 서빙고를 있는 곳에 있던 나루의 이름이라는 것. 글고 원래 이 근처에 있던 나루의 이름은 송파나루(석촌호수). 뭔가 꼬여도 잘못 꼬여있는 것 같죠.

 

그냥 한강 근처=나루라고 속편하게 받아들이자고요.

 

 

 

◈ 상전벽해의 진주인공 잠실

 

 

 

다음은 잠실역 방면 삼실나루역 승강장입니다. 이렇게 역 바로 앞에 떡하니 아파트가 보이죠. 이 일대가 아파트밭이라는 것이 좀 실감이 나실 껍니다. 당연히 원래는 안 그랬죠. 여기는 원래 섬이였으니까요.

 

 

잠실이라는 지명을 풀이해보겠습니다. 누에 잠(蠶)에  방 실(室). 누에를 기르는 곳입니다.

누에는 뽕나무 잎을 먹는 누에나방의 에벌레로, 번데기가 될 때 만드는 고치에서 실을 뽑아 명주실을 만들고, 명주실을 엮어 비단을 만들어 냅니다. 예로부터 사육되었던 가축이었어요. 그래서 민간에서도 누에를 길렀고, 국가 차원에서도 길렀습니다. 이렇게 기르는 것을 양잠이라고 합니다. 태종때부터 국가 차원에서 양잠 장소를 전국 각지에 설치했는데요. 이를 잠실이라 부릅니다.

 

대둉여지도. 뚝섬과 잠실도가 보인다.

세종때믄 경북궁 안과 뚝섬에 내잠실과 외잠실을 설치했고요. 세조 때에는 신촌 서잠실, 이 곳에 동잠실을 설치했습니다. 근데 문제가 있었어요. 이 곳은 한강에 둘러 싸인 섬이였다는 겁니다. 즉 장마철만 되면 침수를 걱정해야 하는지역이라는 곳입니다. 자라는 나무 입장에서도,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안쓰러웠을 꺼에요.

 

결국 성종때 이르러 현 잠원동 일대에 신잠실을 설치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동잠실에 대한 기록은 사라집니다. 결국 일제강점기가 되었을 때, 이 섬에 남은 뽕나무는 없었습니다. 이름뿐이였죠.

 

 

일제강점기 잠실도 인근 지도.

일제강점기 잠실도 인근 지도입니다.당시 잠실에는 잠실이라는 마을과 신천이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섬 서남쪽에는 부리도라고 하는, 비올때만 끊어지는 섬이 있었고, 여기도 부렴마을이라는 마을이 있었요. 일제강점기에는 60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땅도 척박해 쌀도 나지 않아 밀, 메밀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홍수가 나면 잠기기 일수였고요. 그 유명한 1925년에는 섬 전체가 잠겼습니다. 지금의 잠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당시 잠실은 무려 뜬금업없이 고양시 뚝도면(=독도면)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래 양주목에 속해 있는걸 일제가 옮긴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강 이북의 지자체에 속해 있다는 거에요. 즉, 잠실은 강북에 속한 지역이었습니다.

잠실의 북쪽을 신천이라 부르고, 아래쪽을 송파강이라고 부르는 데부터 에초에 잠실이 강북, 광나루쪽에 에 붙은 반도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고요. 서울 서남부에서 가장 컸던 나루가 송파나룬데 이게 송파강에 있다는 것을 봐서도 그렇습니다.

 

 

사진은 1764년과 1776 사이에 제작된 한양도라는 지도입니다. 그냥 아에 강북에 붙어 있습니다. 반면 1861년 제작된 대동여지도에는 확실히 섬으로 되어 있으니까 섬이 된 것은 1764년과 1861년 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57 지도. 서울도시아카이브 참조

 

그렇게 잠실은 섬이 되었고, 일제강점기를 건너 8.15광복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1949년 고양시 뚝도면 일대가 서울시 성동구로 편입됩니다. 이 때 잠실동과 신천동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에 개발의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합니다.

 

결과만 말씀드리자면요, 신천(새내마을)은 한강 속으로 수몰되었고, 잠실은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버려 지금에 이르게 된 겁니다. 진짜 상전벽해인 것이죠.

 

 

◈ 한강을 건너는 2호선 열차

 

다시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로 풀자고요. 이 역을 지나면 바로 2호선 열차는 한강을 건너게 됩니다. 바로 아까 말했던 '신천'을 건너는 겁니다.

 

2호선 열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이동해서 마저 잠실얘기를 하자고요. 잠실새내역에서 봅시다.

 

2020.03.10 작성

 

참고문헌

 

서울도시계획이야기 3권| 손정목 저, 175p~255p

한국고전용어사전 잠실 항목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저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사 지도(db.history.go.kr/item/imageViewer.do?levelId=jnm_017)

한양도: 서울역사아카이브 (https://museum.seoul.go.kr/archive/archiveView.do?currentPage=1&type=C&type2=&arcvGroupNo=3120&lowerArcvGroupNo=&arcvMetaSeq=21681&arcvNo=67454&realArcvGroupNo=3120&searchVal=)